방콕의 매일은 바쁘다. ‘정신이 사납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네온사인 아래로 환락가가 즐비하고 그 사이로 엄청난 인파가 쓸려 걸어간다. 클랙슨 소리는 사방에 울려 퍼져 사람들의 말소리를 어지럽히고, 도로에는 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툭툭이 혼잡하게 엉켜 거침없이 도로를 누빈다. 이 틈에서 커다란 백팩을 맨 서양인들은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을 헤매고 다니고, 쇼핑백을 잔뜩 거머쥔 동양인들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도시를 탐닉한다. 이번 달에는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태국 방콕에 대한 이야기이다.
방콕은 태국의 수도이자, 명실상부 태국의 심장이다. 관광뿐만 아니라 행정, 상업, 문화, 교육, 경제 등 모든 것은 방콕이 중심이 되어 움직인다. 그렇기에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방콕의 영향력은 거대하다. 하지만 이렇게 방콕이 성장하고 발전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18세기까지만 하여도 방콕은 도시라 불리기에도 초라한 작은 취락에 지나지 않았으나 1782년 왕도(王都)로 정해지고 도시를 지나는 차오프라야강을 통해 외국무역을 시작하며 방콕은 점차 큰 도시로의 성장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의 방콕은 초호화 빌딩이 넘쳐나고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바쁘다. 이토록 빠른 성장을 일구어낸 방콕으로의 여행은 단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하나씩 방콕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보자.
방콕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살인적인 더위에도 놓치지 않고 방문하는 곳은 바로, ‘에메랄드 사원(Temple of Emerald Buddaha)’이다. 이는 라마 1세 때 세워진 왕실전용사원으로 태국 내 정식 명칭은 왓 프라 깨우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사원 전체가 에메랄드빛을 발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사원의 이름이 에메랄드인 이유는 본당에 모셔져 있는 불상 때문이다. 벽옥으로 만들어진 작은 불상은 라마 1세가 1778년, 라오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전리품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푸른빛과 함께 묘한 오라를 지니고 있다. 물론 라오스는 자국의 보물을 반환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 보내오고 있지만, 태국 내 가장 신성시되는 불상이니 만큼 태국의 태도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방콕 내 가장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곳은 카오산 로드(Thanon Khaosan)이다. 방콕이 ‘여행자의 도시’라 이름 붙여지게 된 가장 이유가 이곳 서양인들에게 방콕이 한창 신비롭고 매력적인 동양의 여행지로 인기를 끌던 때에, 카오산 로드는 여행자들의 쉼터이자 정보가 모이는 최고의 소식지였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모이자 지역 상인들은 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이 350미터의 거리에는 없는 것이 없는, 만물 시장 거리로 변모하게 되었다. 시장 앞으로, 또 사이로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입 끝으로, 손끝으로, 심지어 온 몸을 불살라, 자신만의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는 유쾌한 거리이다. 특히나 밤이 되면 길거리를 가득 채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이 거리를 가득 매우고 파티를 즐기기에 여념 없다. 낯선 땅에서 오늘 처음 만난 이방인도 이곳에서는 모두가 절친이다. 전 세계의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카오산 로드로 향해보자.
여행지로서 방콕은 다채로운 색깔을 뽐낸다. 우선 길거리에 무심히 쌀국수를 파는 포장마차에서는 소탈하고도 유쾌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10분만에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을 법한 허접한 모습이나 고급식당으로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맛을 보장한다. 가격 역시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여행 후에도 쌀국수의 진한 맛이 그리워 몇 번이고 방콕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곤 한다.
태국 부유층의 모습은 또 새롭다. 유럽에서나 만날 수 있을 깨끗하고 산뜻한 야외 플리마켓이 인상적이다. 판매품은 디자인 제품들로서 유니크한 디자인에 코끼리, 힌두신, 신비로운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더불어 유기농 제품들이 주변에 가득이다. 판매자들 역시 여유로운 삶 속에서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며 한가로이 사는 듯 매사 여유가 넘친다.
방콕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밖으로 나서야 한다. 편안한 침대, 푸른 하늘, 시원한 음료, 부드러운 바람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 멋진 풍경과 즐길 거리가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곳이 방콕이다. 도시 골목골목을 툭툭 또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구경하는 기분은 방콕에서 가질 수 있는 짜릿함이자 여행자로서 가져야할 자유이다. 두 발로, 또 두 눈으로 현지인들의 삶을 구경하고 그들의 틈에서 팍치(향신료 고수의 태국어)가 들어간 진짜배기 식사를 해 보는 것이다. 무리해 구경하며 지친 몸은 태국식 마사지로 풀면 된다. 마사지사의 리드에 온 몸을 맞기면 뻐근한 몸이 말랑말랑해진다. 저녁에는 맥주에 얼음을 몇 조각 띄어 시원하게 들이켜 보자.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 주변을 가득 둘러싼 전 세계 여행객들과의 대화에 푹 빠질 수 있다. 그들의 여행 무용담은 방콕에서 그 어떤 기념품보다 값지다. 더위가 무슨 대수이랴. 여행자들이 모인 방콕에서는 시원한 맥주에, 이야기에 더위를 느낄 정신이 없다. 여행자의 천국, 방콕이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이유를 스스로 확인하고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