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을 넘어 쿡방이 트렌드가 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각 방송사마다 좀 더 쉬운 요리 레시피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경쟁하듯 만들어내고, 따갑기만 했던 혼밥, 혼술 등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꽤나 많이 부드러워졌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하는데, 이번 호에는 호텔식 실버타운 ‘정원속 궁전’의 민경재 팀장을 만나 임상 영양사란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영양사란 직업도 세분화 되어 임상 영양사, 급식 관리 영양사, 보건 영양사, 상담 영양사 등 그 분야가 전문화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각 영양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려요. 쉽게 말씀드리면 각각 일하는 장소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로 병원, 건강관리센터, 요양원, 사회복지시설에서 환자에게 영양관리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을 임상 영양사라고 하고, 학교, 산업체 등에서 식단 작성, 검식, 배식관리, 식품구매, 급식시설 위생관리, 조리원 위생 교육 등의 업무를 사는 사람을 급식 관리 영양사, 보건소, 산업체에서 건강 및 영양 상담을 하는 사람을 보건, 상담 영양사라고 합니다.


현재 실버타운에서 임상 영양사로서 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자세히 소개 좀 부탁드려요. 주로 저희 실버타운에 입주하신 어르신들의 급식 관리와 영양 관리, 영양 상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급식 운영 계획을 수립하여 식단표를 작성하고, 어르신들의 식사 섭취량을 조사하며, 영양상담 및 교육을 합니다. 또 영양사의 기본 업무인 식품 재료 선정 및 검수·관리부터 조리 및 위생 상태의 관리·감독, 직원들 위생 안전 보건 교육을 합니다. 이 외에도 주방기구 및 설비의 위생 등을 점검, 조리된 음식의 조화와 맛을 평가하기 위한 검식을 합니다.


임상 영양사도 국가 자격시험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기존에는 민간자격 중 하나였던 임상 영양사가 2012년 부로 국민영양관리법에서 정하는 국가자격으로 바뀌었는데요. 임상 영양사 자격시험을 보려면 우선 영양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이상의 영양사 실무 경력이 필요하고요, 자격을 갖춘 영양사가 국가 지정 대학원에서 임상 영양사 2년 과정을 졸업한 후 임상 영양사 국가시험을 통과해야만 임상 영양사가 될 수 있습니다. 임상 영양사 교육기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영양사 면허 소지하여야 하므로 임상 영양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영양사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상 영양사가 되기 위해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해야만 하겠네요.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교 및 전문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관련 과목에서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한 후 영양사 국가시험에 통과해야만 영양사 면허증을 딸 수 있습니다. 영양사 면허증이 있어야 다시 임상 영양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영양사가 되고자 한다면 식품영양학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라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일반 영양사를 하시다가 임상 영양사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평소 영양 상담이나 치료식에 관심이 많았고 늘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병원 영양사나 상담 영양사로 근무하고자 임상 영양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봉수준도 일반 급식영양사보다 높습니다. 꼭 수입만이 아니더라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좀 더 견고히 할 수 있을뿐더러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좀 더 확장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어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임상 영양사란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식이요법과 임상 관련 의학 공부로 환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영양 컨설팅을 하게 되므로 공부와 연구를 꾸준히 하고픈 영양사들에게 매력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제 직장이 쉬지 않고 365일 하루 3식을 준비해야 하는 업장이라는 점이 힘이 듭니다. 지난 근무처였던 병원에서는 여러 영양사가 함께 근무했지만 현 근무처에서는 혼자 근무하고 있는데, 급식과 임상을 함께 병행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늘 시간에 쫓겨 휴일에도 재택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론은 대상자의 건강관리와 영양관리인데 업장관리 차원에서 손익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고충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건강을 위해서는 저염도, 저당도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평생을 드셔오시던 입맛에 맞지 않으니 120여명 어르신들 각자의 선호대로 맞춰드려야 한다는 점이 제일 어렵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두시는 점이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신선한 식재료, 질적으로 우수한 식재료입니다. 고품격 실버타운이라는 특수 업장이라 어르신들의 입맛도 까다로우시고 음식 수준이 높으시니 식대에 비해 더 질적으로 우수한 메뉴들을 준비하고 있고 식자재 검수도 꼼꼼하게 실시할 뿐 아니라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다방면의 조리가 가능한 전문 셰프가 직접 조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염도와 당도입니다. 입주자들 평균연령이 80세 이상인데 대부분이 대사성 질환(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등)들을 갖고 계시니 최대한 중 염도와 저 당도로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미각이 퇴화 되어가는 고 연령의 어르신들이 드실 수 있는 메뉴로 주기적인 기호도 조사를 통해 어르신들의 선호 음식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쿡방’, ‘먹방’, ‘혼밥’, ‘혼술’ 등 식생활 관련 사회적 현상들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영양사로서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하신지요.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보여 지는 혼밥, 혼술 등은 현대 가족생활의 변화에 대한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대가족이 아닌 혼자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여 타인의 존재가 불편하다보니 이런 혼밥, 혼술 현상이 붐이 된 듯합니다. 생활 방식이 바뀌었으니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게 아닐까요? 저 또한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임상 영양사란 직업의 전망은 어떠한가요? 현대 사회에서 채워지지 않은 다양한 욕구, 예를 들면, 사랑, 우정, 이해, 인정, 배려 등의 심리적 욕구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 등에 대한 대체 충족 수단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이란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잘 살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앞으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식품영양학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매우 이로운 공부이며 최근에는 비만 관련 영양사, 당뇨 전문 영양사 등 직업 분야도 좀 더 세분화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미래 유망 산업 중 하나인 헬스 케어 산업의 발달로 영양사의 수요 역시 상승곡선을 타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봅니다.


취재: 객원기자 김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