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전기세 걱정으로 에어컨을 실컷 틀지 못했던 여름을 생각하면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고맙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을 요즘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바쁜 일과에 쫓겨 행복보단 지치고 힘든 일이 더 많진 않나요? 바쁜 여러분을 대신해서 ‘행복한 나라’들을 찾아가 행복의 비밀을 훔쳐 온 영화감독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입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전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없었던 국민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유럽의 여러 국가를 찾아갑니다. 우리나라에도 행복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슬로베니아, 독일, 포르투갈, 노르웨이, 튀니지, 아이슬란드 등이 그곳이지요. 감독은 각 국가의 행복을 훔쳐오기 위해 ‘침공’을 결심하지요. 그러나 ‘적’이라기엔 너무나 평온하며 행복의 비밀을 감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질문합니다. 맞벌이 부부, 평범한 고등학생들, 선생님들, 기자, 은행원, 검사, 경찰과 심지어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맞벌이 부부는 ‘충분한 휴가’가 어떻게 가정을 아름답게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지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의 초등학생들은 영양과 맛이 균형 잡힌 급식을 먹으면서 식사 예절과 삶을 즐기는 방식을 배우지요. 한때 경제가 무너지고 은행이 도산에 이르렀던 아이슬란드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책임을 물고, 여성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아이들에겐 숙제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친구를 만나고 원하는 것을 시도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독일의 학교와 길거리에는 그들의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려는 무수한 장치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학생들은 내가 어떠한 사회에서 태어난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더 나은 미래를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켜보고 있자면 부러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왜 나는 저런 학교에 못 다니지?’, ‘왜 나는 저런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라고 실망만 할 수는 없어요. 이 영화는 그들의 모습에서 좋은 점들을 가지고 우리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서 더 잘살아 보자는 영화거든요. 그렇다면 이 부러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을까요? 영화는 교육, 여성, 가정, 역사, 노동 등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하는데요, 결국 모든 가치가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혼자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사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단속하고 격리하는 것에서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과연 그러한 삶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이 갑자기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들던 가치들이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낯설지가 않은 것입니다. 바로 오래전, 미국에서 사람들이 열렬히 원했고, 실제로 힘겨운 투쟁 끝에 지켜냈으며 아직도 일상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던 가치들이었습니다. 결국 마이클 무어 감독은 행복의 비밀은 훔치거나 빼앗거나 새롭게 발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아마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일 테고, 우리나라도 포함될 것입니다.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행복한 삶의 조건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먼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뭔지 알아야겠죠. 이는 여러분이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랫동안 간직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찾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많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수학을 싫어한다거나, 미술을 잘 못한다는 것이 여러분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듯이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진짜 내 행복의 기준이 될지 앞으로 꾸준히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그랬듯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서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또 누구보다 정말 그럴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지요. 실패하더라도 패배감에 젖거나 절망해서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외면하거나 잊지 않고 언젠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죠.
무모하기까지 한 끈질긴 낙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본 여러 ‘행복한 나라’들이 걸어온 길에서 드러납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한 나라에서 살지 않았습니다. 또 어디도 문제 하나 없는 완벽한 곳은 없었죠. 이탈리아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얻기 위해 선대의 노동자들이 싸운 역사가 있었고, 튀니지에서는 자유를 얻기 위해 시민들이 과일로 무장하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핀란드 아이들의 학력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세계 최하위였죠. 문제의 해결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더 행복한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이런 ‘행복의 비밀’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