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1 남학생입니다. 제 고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네요. 제 고민은 공부할 때 집중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때는 공부하면 그런 대로 이해도 되고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있었는데, 요즘엔 몇 시간을 공부하고도 머리 속에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거예요. 책을 읽을 때도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어요. 나도 모르게 금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내가 멍청해진 것인지, 아니면 뇌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는지 걱정이 될 정도라니까요. 정말 제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중학교 때에 비해 더 공부가 안되니 답답해 죽겠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는 하는데, 머리에 남는 것이 없으니 정말 답답하겠어요. 내가 멍청해진 것은 아닌지, 뇌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부한 것이 다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100개를 외웠는데 20분 뒤에 40개 정도를 잊고 60개 정도만 기억이 난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기억력을 갖고 있는 것이랍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님처럼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되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이런 친구들에게 저는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첫째로,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올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곰곰이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면, 몸이 아프거나 피곤해서 집중이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이 때는 너무 무리해서 하기 보다는 우선 몸을 추스리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또 다른 예를 들면, 무엇인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또는 혹시 **님에게 최근에 일어난 특별한 일이 있지 않나요? 친구관계 혹은 가족관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엄마, 아빠께서 자주 다투시는 것을 보고 불안하거나 마음이 편하질 않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 그것이 신경 쓰일 수가 있어요. 친구와 싸우고 아직 해결이 안돼서 자꾸 생각이 날 수도 있고요, 영화나 비디오에서 본 장면이 자꾸 떠올라 공부에 전념이 안될 수도 있고요, 좋아하는 여자(남자)친구 생각으로 그럴 수도 있구요, 화나는 일이 있어서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 집중이 안 될 수도 있지요.
사람들은 이렇듯 자기에게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 일이 자꾸 떠오르고, 그래서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일이 많답니다. 자,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럴 때는 잠시 책을 놓고 이 일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아요. 억지로 그 생각을 안 하려는 것보다 집중적으로 그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지요. 30분이면 30분, 1시간이면 1시간 시간을 정해 놓고 다른 생각 말고 이 시간 동안만은 그 생각만 하는 거예요. 그 생각과 관련된 글이나 편지를 써 볼 수도 있겠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를 해 볼 수도 있지요.
둘째로, 공부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클 때 집중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누구든 어느 정도는 공부를 잘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현재 자신의 상태보다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 그러니까 현재 상태와 기대 간에 너무 큰 차이가 있을 때 전적으로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목표가 너무 높을 때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기운이 빠져버린다고나 할까, 그런 현상이지요. '야, 이렇게 해서 언제 그 목표에 다다르지'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 공부하는 것이 지치고 힘겨워 조금만 해도 진이 빠져버릴 수 있지요.
이 때는 이런 부담을 좀 낮추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답니다. 공부는 자기 나름의 속도를 가지고 당당하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누가 얼마만큼 했다더라 하는 말에 조급해 하지 말고 **님 자신의 계획과 속도를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목표가 너무 높다면 그것을 여러 수준으로 나누어 성취해 가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어요. 한 번에 성취하기는 어려워도 작게 여러 단계로 나누어 한 단계씩 성취해 가는 것은 보다 쉽거든요. 마음의 부담도 덜하고요.
셋째로, **의 공부방법이 효과적인지를 따져보는 일입니다. 우선, 평소에는 전혀 공부하지 않다가 시험에 임박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평소에 비해 시험이 다가오면 불안하기 마련인데, 평소에 하지 않다가 시험에 임박해서 한꺼번에 공부하려면 더 불안해지게 되지요. 심한 불안은 우리가 공부한 것을 기억하는데 방해가 되거든요. 그러니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미리 공부해 둔다면 집중이 더 쉬울 거예요. 만약, 시험에 대한 불안이 심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지요.
다음으로 짚어 볼 점은 기억방법에 대한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한 번에 전부 기억할 수는 없어요. 여러 번 반복하면서 기억해두는 것이지요. 이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하고 반복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공부하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시 내용을 반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기억에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그러니까 한 단원을 다 공부하고 그냥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한 단원 안에서도 작은 단락으로 나누어 공부한 것을 반복한 뒤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세 가지 이야기를 드렸는데, 어떠세요? **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있었나요? 공부를 하다보면 집중이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는 법이랍니다. 공부하는 대로 항상 머릿속에 쏙쏙 들어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시 용기를 내어서 해 보세요. 꼭 좋아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