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공부는 하고 싶은데 기초가 너무 없어 힘들어요.
안녕하십니까? 상담선생님.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라고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먼저 간략하게 말씀을 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다지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도, 그렇다고 이래저래 놀러 다니는 날라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공부 외에 달리 어떤 꿈이 있는 것도 아닌, 너무 평범해서 서글픈 학생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도 그럭저럭 공부해서(사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꽤 공부를 하는 편이었는데...) 간신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온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그렇게 조마조마해서(인문계를 못 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성적이 간신히 겨우 들어올 정도여서요...) 고등학교를 들어오니 조금만 쉬었다가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다가 벌써 이렇게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친구들과 이래저래 어울리다 공부를 게을리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형이 3학년이 되어 그렇게 코피를 쏟아가면서 공부해도 성적이 잘 안 오른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정말로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1학년 때부터 해야 한다고...

그래서 친구들하고도 놀지 않고 간신히 공부 좀 하려고 하는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후로 공부를 떠나 있어서인지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계획은 열심히 세우고 굳은 결심으로 책을 펴도 사실 너무 막막해서 한두 장 읽다가 그만둔 적인 몇 번 있습니다. 책을 펴는 것조차 두렵고요. 이렇게 기초가 부족해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를 띄워준 용기에 우선 칭찬을 보냅니다. 유명한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 배움을 향해가는 첫걸음이라고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어야 선생님도 도와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아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군은 그런 면에서 이미 공부를 위한 기초자세가 확고히 잡혀 있는 셈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또한 **군은 공부를 위한 기본 자세 뿐만 아니라 바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꽤 공부를 잘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중학교의 공부는 고등학교의 공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학교 1학년 때 기초를 어느 정도 확실히 닦아놓았다면 앞으로의 공부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공부를 할 용기가 나나요? 위에 선생님이 한 말들은 단순히 **를 위로하거나 격려하려고 한 말은 아닙니다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힘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굳은 결의가 생기나요?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1. 공부해야 할 내용 확인하기 일단 **군이 지금부터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를 과목별로 정해 보세요. 평소 때라면 학교 진도를 따라 적당량을 결정하는 것이 무난할 거예요. 하지만 시험 때라면 시험범위가 공부할 양이 되겠죠?

2. 공부할 내용 훑어보기 그 다음에는 공부할 내용들을 한 번씩 훑어보세요. 처음 훑어볼 때는 단지 구경만 한다는 생각으로, 책과 친해진다는 마음으로, 책의 내용에 눈길 한번 준다는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세부적인 내용을 읽을 필요는 없어요. 특히 제목, 소제목, 굵은 글씨, 독특한 글씨체로 쓰인 부분, 그리고 그림과 표들을 훑어보되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세요. 나중에 정말 공부해야할 때 질리는 수가 있거든요.

3. 모르는 내용에 체크하기 자, 책을 훑어보니까 어때요? 모르는 내용이 많이 있어요? 처음 보는 내용이 많이 있나요? 그런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에 흐리게 "물음표(?)"를 하세요. 처음에 공부할 내용을 구경했던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넘겨보면서 물음표 표시를 흐리게 해보세요.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다 합니다. 아마도 어떤 페이지에는 물음표 투성이 일수도 있고요, 어떤 페이지에는 물음표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을 거예요. 또한 "익힘문제" 또는 "탐구문제"같은 것이 있을 경우 한 번 읽어봅시다.

4. 물음표 정복하기 자, 이렇게 물음표를 찍은 부분이 바로 **군이 정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 해 놓은 질문의 답을 찾아내 보세요. 어디서 찾느냐고요? 물음표 주변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답이 보일 거예요. 물음표 앞의 몇 줄이나 물음표 뒤의 몇 줄을 유의해서 읽어보세요. 그러면 답이라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을 걸요? 물론 이것이 바로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으니까 우선 흐리게 연필로 체크(∨) 표시를 하세요.

5. 물음표 정복하기 다음 단계는 공부할 내용을 전부 읽어보면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번에 찾은 답은 첫 번에 찾은 답보다 정답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요? 그러므로 체크표시를 처음보다는 진하게 표시하세요. 물론 아직도 정답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으니까 연필로 밑줄을 긋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첫 번째 체크표시 한 부분과 일치되나요?

6. 물음표 정복하기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답을 찾아 읽는 단계입니다. 세 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찾은 답이니 만큼 거의 정답일 확률이 높을 거예요. 그래서 세 번째로 답을 찾아가며 읽을 때는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도 됩니다. 다만 문장 전체에 밑줄을 긋기보다는 핵심적인 단어나 구를 찾아 짧게 밑줄을 그으세요.

지금 소개한 방법을 흔히 '적극적 독서'라고 합니다. 모르는 내용에 체크를 꼼꼼히 해 놓은 다음, 자기가 모르는 내용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책을 읽으면 공부하다가 잡념에 빠지게 되거나 쉽게 졸음이 오지 않습니다. 또한 이렇게 적극적으로 읽은 내용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해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자, 어때요? 어려운 방법이지만 해볼 마음이 생기나요? 그럼, 지금 자리에 앉아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