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고, 같이 걷는 일은 특히 가족 안에서 거의 없다. 가족은 아침 일찍 뿔뿔이 흩어져서 저녁 늦게 다시 한 공간에 모인다. 집에서 나가는 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족끼리 동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길을 공유하지 못하고 함께 체험하지 않는데도 가족은 하나의 공간을 여관처럼 공동 점유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가족이다.

부모 자녀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다고 한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말에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대화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자녀의 성적, 주말 가족 외식, 새로 살 가전제품, 친척 어른 환갑잔치, 주택부금과 보험료 계산 등 가족은 실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휴대폰으로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또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가족끼리 같이 체험한 뒤에 나누는 대화가 없다는 데에 있다. 나는 이 공동 체험의 밑 바탕을 걷기, 같이 걷기라고 생각한다. 놀이동산으로, 패스트푸드점으로, 야외로 가족 나들이를 해도 거기에는 걷기와 같이 걷기가 없다. 내가 말하는 걷기, 같이 걷기는 말 그대로 두 발로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 행위를 뜻한다.

프랑스는 범죄를 저지른 문제 청소년에게 노인과 함께 유럽을 횡단하는 걷기 여행을 할지, 시설에 수용될지 선택하라고 한단다. 당연히 청소년은 걷기를 선택하고, 어른과 동행한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사람이 달라져 있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 두 발로 몸을 움직여 걷는 것, 같이 걷는 것은 사람을 바꾼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집에서 바다까지, 집에서 땅끝까지, 집에서 휴전선까지 목적지를 정해두고 걷기를 해보시길 바란다. 이 무더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걷고 나면, 서로 인간성 밑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게 되는데, 그 길을 함께 걸어왔다는 체험이 두고두고 가족 대화의 원형질이 된다. 가족이 함께 걸었던 길, 당신에게는 있는가.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있는 현장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적극적인 상담으로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에 상담센터의 존재와 역할을 알림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또 하나의 꺼리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전라북도 내 청소년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의 결속된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