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수련 프로그램을 통한 첫 만남...
막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자 하는 계획은 세웠지만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생각만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교사를 학년별로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심성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한 후에 교육을 받은 교사가 각 반을 두 그룹 혹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심성수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방과후 활동이 바쁜 학생들을 같은 시간에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험기간을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마지막 날을 심성수련의 날로 결정하였는데, 교사연수와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심성수련 프로그램 또한 필요하였다. 결국 시간을 쪼개어 계획을 세우고 나서 4월 둘째 주부터 교사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학생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교사들...
그룹 작업이 가능한 집단상담실에 앉아 계신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귀찮음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수업을 마친 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라 선생님들께는 참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도 강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참만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열심히 들으시고 메모하시는 모습을 뵈었을 때 참으로 고맙고 반가웠다. 별칭짓기, 자기소개, 가족 소개, 말말말, 사탕바구니 등의 프로그램을 하나씩 진행해 가면서 교사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웠던 탓이었을까,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아 가면서 관심도 보이시고 서로 피드백을 해 주시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사탕바구니에 서로의 장점을 적은 후 자신의 선물을 읽어 보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자신의 긍정적인 힘을 재발견한 탓일까?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서는 선생님들이 하시던 말씀, ‘그거 재미있네... 이거하면 애들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상담을 할 수 있겠다. 애들하고 상담할 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고민되었었는데...’ 이 말을 뒤로하며 상담실 문을 나가시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림과 동시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생들의 만남..
드디어 열심히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날이다. 중간고사가 끝나는 마지막 날, 사실 중간고사를 마치면 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는 것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과 참석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소리를 들으면서 내심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구조화된 심성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드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교사 경험보고서를 준비하였다. 2시간이 지나면서 한 분 한 분 교무실로 들어오시며 하시는 말씀에 조마조마한 마음은 눈녹듯 사라졌다. “처음에는 시험 끝났는데, 언제 가냐고 투덜대더니만 끝날 때 되니까 더 하자고 아쉽다고 난리야.” “그래, 단 한명이라도 힘을 얻고 상담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거야.”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적어도 상담이라는 것이 귀찮고, 잘못했거나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릴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이었기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가 되었나 보다.

상담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학교청소년상담사의 필요성을 말하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한 첫 프로그램이 끝났다. 지난 7월 8일에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각 반의 나머지 팀이 프로그램을 마쳤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경험보고서를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상담이라는 것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불려가는, 그래서 가끔은 상담실에 오라고 하면 겁이 나고 그랬다. 또 단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루할 것 같고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에 상담실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즐겁기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 친구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니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시험 끝나고 뭘 이런걸 하나 하는 생각에 짜증도 나고 하기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푹 빠져들게 되었다. 다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을 더 긴 시간동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행복감이 밀려 왔다. 학생들이 상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 같아 특히 그랬다. 두 번의 프로그램을 마친 선생님들은 말씀해 주신다. “처음 할 때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니 이번에는 나도 편안하고 아이들도 잘 따라와 주네. 사실 교실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관심이 덜 가기도 하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아이들에게 깊이있게 다가간 것 같아서 좋아요. 학교청소년상담사 선생님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학교에서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년에도 계시면 좋겠어요.”
한 학기 동안 양어깨에 올려졌던 무거운 짐이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상담이라는 길을 계속 가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학교청소년상담사를 학교 안으로 수용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상담사로서 활동을 하는데 열심히 성원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 어머님, 그리고 제천시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