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8월호::::::

타샤 튜더 지음 / 천양희 옮김 / 종이나라

초록 들풀 사이로 흰 마가렛과 보라색 라벤더 꽃이 무더기로 핀 길을 할머니와 어린 소녀가 맨발로 산책하는 뒷모습, 곱게 무리 지어 핀 양귀비꽃들, 만약 살아있는 동안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타샤 튜더는 유명한 그림동화 화가이다. 미국 버몬트 주 집과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행복해 하며, 아흔 나이에 아직도 강인하고 부지런한 노동으로 꽃씨를 뿌리고 풀을 매고, 닭과 양을 길러 그 닭이 낳은 달걀로 손수 파이를 굽고 양의 젖을 짜서 버터와 치즈를 만들며 산다.
사진 속 그녀의 정원은 너무도 소담하고 자연스럽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아마 조그만 씨앗가게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만큼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졌다. 다리미질, 빨래, 요리 등 허드렛일이 그림 그리는 일보다 훨씬 더 좋다고 말하면서, 누가 자신에게 직업을 물으면 '주부'라고 대답한다는 그녀. “주부라는 직업은 훌륭한 거예요. 주부라 해서 학문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딸기잼을 만들면서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도 있잖아요...” 겨우 오십 나이에 가끔 부엌에서 길을 잃는 불량 주부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으세요? 아무리 곳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터져도 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에요” 늘 보아오던 밤하늘의 별도 일 년에 단 한 차례만 볼 수 있다 생각하면, 그건 매우 감동스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녀.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적에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는 거예요. 어릴 적 추억은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나는 인생을 항상 방학처럼 살아왔거든요. 하루하루 그리고 순간순간을 늘 내가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즐기면서 살아왔지요.” “인생은 짧은 것! 내키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에는 시간과 수고가 따라요.”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 삶에 후회가 없기 때문 이예요.” 그녀의 삶에서 우러난 타샤 튜더 어록들이다.

열 다섯 살에 이미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아왔지만, 생활 자체를 즐기는 그녀는 이탈리아의 화가 프라 죠반니의 말을 빌어 지적한다. “우울함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우울함의 뒤쪽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늘 기쁨이 있다. 그 기쁨을 붙잡아야 한다.” 그녀는 맨발로 걸으면 서리가 내릴 때를 짐작할 수 있다며, 차가워진 대지의 온도가 발에 그 소식을 전해 준단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 라는 붉은 글씨 팻말을 보며 자란 내게, 타샤 튜더의 맨발은 감동이었다. 장마와 무더위 속 여름,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아름다운 정경 속 평온이 마음으로 스민다.